아무리 미국의 지형을 잘 모른다고 하더라도 솔트레이크시티(Salt Lake City, Utah)는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유타주의 솔트레이크시티는 모르몬교의 타운이다. 아니 정확히 말해 예수 그리스도 후기 교회(The Church of Jesus Christ of Latter Day Saints)의 교인들이 모여 사는 도시이다. 예전에 한국에서는 밀알 성도교회라는 명칭을 사용하였다. 미국에서 영어 이름이 너무길기 때문에 앞의 이니셜을 따서 LDS라고 부른다.
2020년 통계에 따르면 유타주의 총인구 3,271,616명 중 모르몬교도는 60.68%로서 미국 내의 어느 주보다 모르몬교도가 많으며, 유타주에 집중되어 있다. 그 이유는 1830년 조셉 스미스가 처음 모르몬교를 설립한 후, 많은 사람들이 이 새로운 종교에 거세게 반대하였다. 그래서 2대 주교인 브리검 영의 주도하에 일리노이주에서 모르몬교도는 대이주를 하여 1847년 솔트레이크 분지에 이주 및 정착하고, 이곳을 새 땅이라 선포하고 모르몬교 종교 공동체를 건설한다. 모르몬 종교 공동체가 후에 솔트레이크시티가 되었고, 유타주와 솔트레이크시티에 모르몬교도가 많은 이유가 된다.
솔트레이크시티 주민 중 약 31~41%가 모르몬교도로 추산되며, 솔트레이크시티가 속한 행정구역인 솔트레이크 카운티는 약51%가 모르몬교도로 추산된다. 어찌 되었든 유타주, 솔트레이크 카운티, 시티 모두 모르몬교가 주된 종교이고 모르몬교도가 주를 이루는 것은 사실이다.
모르몬교도의 도시에서 목회하는 한인 목사
이 모르몬교도들이 사는 유타주의 주도인 솔트레이크시티, 그중에서도 중심부, 즉 모르몬교의 심장인 솔트레이크시티 템플에서 걸어서 10분밖에 안 떨어진 곳에서 타인종 목회를 하는 정경수 목사가 있다.
솔트레이크시티에서의 타인종 목회
물론 거의 모든 목회자가 한국에서 미국으로 오면서 문화적 차이를 겪어보았을 것이다. 특히 타인종 목회를 하는 목회자라면 그차이는 더 분명하다. 일주일에 한 번 드려지는 예배, 예배 후에 함께 하는 식탁 친교가 거의 없으며, 주중의 수많은 회의, 교회 사역을 마친 후 응급 상황을 제외하고 목회자에게 전화하지 않는 등 한국 교회와 타인종 교회의 차이를 느껴봤을 것이다. 그러나 정경수 목사는 모르몬교의 중심지에서 타인종 사역을 하면서 다른 종교가 주류가 되는 사회에서 목회하는 차이점을 말한다.
모르몬적이다?
정 목사는 모르몬교의 중심지인 솔트레이크시티에서 목회하는 어려움을 모르몬적인 문화환경이 크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솔트레이크시티 국제공항을 가보면, 마치 군인이 파병을 마치고 돌아오는 것처럼 수십 명의 사람이 누군가를 환영하는 모습을 종종 볼수 있다. 모르몬교인이 2년간의 선교 생활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사람들이 이를 받기는 것이다. 모르몬교는 18~25살의 미혼인 젊은 사람을 선교사로 보내는 것을 장려한다. 솔트레이크시티 국제공항에 발을 디디는 순간부터 모르몬적인 영향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1. 찬송가가 아니라 클래식
전통적인 예배 형식을 따르는 교회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듣는 것이 교회 반주자가 예배 전에 전주곡으로 찬송가를 연주하는 것을 듣게 된다. 오래된 교회일수록 파이프 오르간에서 울려 퍼지는 전주 찬송가는 더욱 경건한 마음을 갖게 한다. 그러나 솔트레이크시티의 교회에는 전주곡(Prelude) 혹은 후주곡(Postlude)으로 찬송가를 연주하는 대신 클래식 곡을 연주하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교회 반주자의 선곡 방식인 줄 알았는데, 모르몬교의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2. 감리교가 감리교가 아니다
또 다른 어려움 중의 하나가 바로 감리교가 감리교적일 수 없다는 환경이다. 매년 7월 24일이 되면 솔트레이크시티는 아주 큰 퍼레이드를 한다. 파이오니어날에 “데이즈 오브 47” 퍼레이드는 기본적으로 모르몬교도들이 동부에서 솔트레이크 분지로 이주하고 정착한 날을 기념하는 퍼레이드이다. 물론 시간이 지나고 종교적인 색채가 약해졌다고 하더라도 이는 분명 모르몬교의 개척자들을 기념하는 모르몬교의 축제이다.
참된 교회가 되기 위해 지역 주민들과 함께하고 그들의 삶에 들어가야만 한다. 그러나 그 지역 주민의 절반 이상이 모르몬교도라면 어떡해야 할까? 정 목사가 가진 고민이다. 이 퍼레이드가 얼마나 크고 성대한가 하면, 연합감리교로 말하면, 개 교회가 모여 이루어진 지방회인 모르몬교에서는 스테이크(Stake)들이 모두 참여해야 할 정도이다. 문화행사인 이 퍼레이드 행사에 제일연합감리교회도 함께하지만, 연합감리교회 목사로서 달가울 수만은 없다.
3. 교회 연합행사가 없다
모르몬교를 제외한 개신교와 로마가톨릭교회까지 함께 모여 솔트레이크시티에서 교회 연합행사를 오래 전에 계획한 일이 있었다. 그러나 그 계획은 무산되었다고 한다. 현재 솔트레이크시티에 연합감리교, 로마가톨릭, 장로교, 루터교 등 교회 연합회가 있지만,특별한 행사나 모임 없이 일 년에 한 번 성금요일에 함께 모인다.
반면에 성탄절에는 교회 연합행사가 아니더라도 모르몬교에서 자체적으로 큰 프로그램을 가진다. 솔트레이크 테버나클 콘서트, 솔트레이크 템플 성탄 점등식 등 엄청나고 큰 행사를 하지만, 정작 부활절에는 조용하다.
4. 다르지만 아주 착하다
정 목사의 교회, 제일연합감리교회는 겨울이 되고 밤의 기온이 일정 온도 이하로 떨어지면 노숙자들이 들어와 잘 수 있도록 교회를 개방한다. 수년 전에 노숙자가 솔트레이크시티 시내에서 추위로 동사한 적이 있었고, 교인들이 노숙자의 죽음을 애통하며, 해결책으로 시작한 “무비 나잇(Movie Night)” 사역으로 노숙자를 돕고 있다. 주법상 교회에서 노숙자들이 거주 지역인 교회에 들어와 자게 되면 불법이라, 밤새도록 영화를 상영하여 노숙자들이 추위를 피해 잘 수 있도록 하는 사역이다. 분명 선하고 기독교적인 사역으로서, 이 사역을 위해서는 수많은 자원봉사자의 손길이 필요하다. 음식을 만들고, 나눠주고, 영화를 상영하고, 여러 가지 자원봉사자가 필요한데, 다수의 자원봉사자가 모르몬교도들이다. 담임 목사로서 자원봉사자들에게 감사를 표현하고 인사를 하러 다니면, 상당수의 모르몬교도가 와서 이 사역에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모르몬교 중심지에서 어려운 점
목회자로서 신앙
연합감리교 목회자로서 정체성과 신앙의 혼란을 느낀다. 한국에서 신앙생활을 하고 안수를 받은 목사로서 모르몬교는 이단이라 배웠다. 한국에서는 실제로 모르몬교를 이단으로 규정한다. 실제로 모르몬교는 기존 기독교의 신앙과 다른 점이 많다. 먼저 모르몬 교회에는 십자가가 없다. 삼위일체, 예수의 신성과 인성 등에 대해 다른 교리를 가지고 있다. 이제 미국에서 사회적인 분위기가 이단이란 용어를 사용하진 않지만, 분명히 모르몬교와 연합감리교의 다르다. 그러나 솔트레이크시티 전반에 모르몬교가 미치는 사회적, 문화적, 종교적 영향으로 연합감리교 목회자로서 목회하기가 힘들다. 모르몬교를 떠나 연합감리교인이 되었고, 세례를 받고, 예배를 드리고 찬송을 부르지만, 그들에게 아직 모르몬교적인 전통과 영향이 남아있으며, 목회자로서 이를 눈치챌 수 있지만, 목회자 혼자서 바꿀 수 없는 현실이 힘들다.
전도의 어려움
연합감리교 신앙을 찾아온 새신자들이 모르몬교적인 분위기 혹은 영향 때문에 떠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정 목사가 담임하는 교회 근처에 유타대학이 있어서 대학생이 교회를 방문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다른 주에서 자라고 신앙생활을 하던 대학생들은 솔트레이크시티 전반에 걸친 모르몬교의 문화와 영향을 버티지 못하고 교회를 떠나기도 한다.
목회하는 모든 곳이 타문화(Cross-Cultural) 사역이라는 말이 있다. 어느 한 교회도 도시도 똑같은 곳이 없어 독특한 문화를 가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인 목회자 가운데에도 정경수 목사와 같이 다른 목회자와 더 다른 문화와 환경에서 목회를 하나는 이들이있다. 더 독특하고 어려운 문화 환경 속에서 목회하는 모든 한인 목회자를 위해 연합감리교회 한인 목회자 공동체가 관심과 기도로 후원하길 바란다.
오천의 목사는 한인/아시아인 리더 자료를 담당하고 있는 연합감리교회 정회원 목사이다. coh@umcom.org나 615) 742-5457로 연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