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들은 이번 사태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
5월 25일 미니애폴리스에서 조지 플로이드라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미니애폴리스 소속 백인 경찰에 의해 목숨을 잃게 되었다. 백인 경찰은 8분 46초 동안 조지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압박을 가했고, 이로 인해 질식사하게 되었다. 이를 목격한 행인들이 스마트폰으로 녹화를 해서 소셜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확산하였고, 그의 죽음이 백인우월주의와 제도적인 인종차별에 대해 미국 전역에 시위를 불러왔다.
한인들과 이번 사태와 관계는?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Black Lives Matter(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 시위는 미국 전역의 대도시의 시내에서 발생했으며, 한인들이 흑인들을 주 고객으로 하는 뷰티업계(Beauty Supply)가 시위대의 약탈로 인해 큰 피해를 보았다. 6월 6일 대한민국 외교부의 발표에 따르면 약 150여 개의 한인 상점이 약탈과 파손 등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지역별로는 필라델피아(56건), 시카고(15건), 세인트루이스(11건), 미니애폴리스(10건), 그리고 로스앤젤레스(9건)와 워싱턴 DC(8건)에서 한인 상점이 피해를 보았다.
반면, 전미 지역에 수많은 한인이 “Black Lives Matter” 시위에 참여했으며, 연합감리교회의 타인종 목회를 하는 한인 목회자들 역시 이 시위에 참여했다. 또한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약 150명의 사람이 서울 명동 모여 이 시위에 참여했으며, 주한 미국대사관에서는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는 현수막을 제작해서 걸기도 했다.
한인들은 이번 사태를 어떻게 이해하는가?
그레이스 오 목사는 “흑인의 억울한 죽음이 안타깝지만, 왜 온 나라가 한 명의 죽음 때문에 시끄러운지 잘 모르겠다고 말하는 한인들이 있다. 그러나 조지 플로이드라는 한 사람의 죽음 때문에 이번 전국적으로 시위를 하게 된 것이 아니라, 그 저변에 깔린 여러 가지 문제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특히 오 목사는 제도적으로 묵인되어온 흑인들의 차별을 한인들의 “한(恨)”이라는 용어를 사용해서 설명한다. “특히 흑인들이 가지고 있는 한(恨) 때문에 조지 플로이드의 죽임이 전국적인 이슈가 된 것이다.”
지금 한국에서 많이 화자가 되는 흙수저와 금수저의 비유를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부모를 잘 만나 유복한 가정에 태어나면 금수저가 되는 것이고, 부모를 잘못 만나 가정이 유복하지 못하면, 흙수저가 되는 것이다. 출생부터 성인이 되기까지 흙수저는 경쟁에서 아무리 노력한다고 하더라도 따라잡기가 힘든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오 목사는 흑인과 백인 사이의 오래된 제도적이고 경제적인 차별을 흙수저와 금수저의 비유로 바라본다. “미국은 부모의 영향으로 금수저 흙수저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백인들에게 유리한 미국 시스템 자체가 피부색에 따라 금수저와 흙수저로 나눈다. 거의 모든 백인은 제도적으로 금수저로 태어나고, 많은 흑인이 흙수저로 태어난다.” 백인과 흑인의 제도적이고 경제적인 차별이 가장 명확히 드러나는 곳이 바로 미국의 교육 시스템이다. “미국에서 공교육은 지역 주민들이 내는 재산세로 운영된다. 그러므로 부자 동네의 좋은 학군에 사는 아이들에게 굉장히 좋은 교육 기회가 주어진다. 바이올린, 기타 등을 학교에서 배울 수 있으며, 없더라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준다. 반면에 흑인들이 사는 가난한 지역의 학군에서는 금전적인 여유가 없기에 아이들이 이런 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을뿐더러 기본적으로 받아야 하는 교육도 받지 못하는 상황들이 허다하다.” 실제로 설문조사를 통해 이러한 교육의 제도적 차이가 드러난다. 많은 한인이 공교육이 좋은 학군으로 이사를 하려고 하는 이유가 바로 이 이유이다.
오 목사는 “(미국에서) 백인은 열심히 노력해서 잘살게 되었고, 흑인은 노력을 안 해서 못산다는 편견이 있다.”라고 말한다. 흑인들은 복지 수당과 자녀 양육비를 받으며 살기 때문에 열심히 공부해야 할 또 일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편견들이 있다. 이에 대해 오 목사는 “미국 역사의 초기에 백인은 대농장의 지주였지만, 흑인은 노예였기 때문에, 처음부터 법적으로 경제와 정치는 백인을 위한 것이었다. (1863년에) 노예 해방이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법과, 정치 그리고 경제는 여전히 백인 위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흑인을 위한 법, 정치 그리고 경제 제도가 아니다. 쉽게 말해, 기득권자들은 쉽게 부자가 될 수 있지만, 삶의 바닥에 있던 흑인들은 배우려고 해도, 잘살아 보려고 노력해도, 제도적으로 발전하기가 힘든 상황이다.”
“혹시 슬럼가의 흑인 사회에서 누구 하나가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을 해서 대학을 가고, 직장을 들어가게 되더라도, 진급의 기회에서 백인들과 차이가 역력하게 나는 것을 볼 수 있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세워지기 위해, 흑인들이 얼마나 많은 피와 땀을 흘렸는데, 제도상으로 주어지는 혜택은 백인들에 비해 월등히 불공평하다.”
한인들은 이번 사태에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가?
미니애폴리스에서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관에 의해 질식사를 당했을 때, 또 흑인들이 이 사건에 분노하여 시위를 할 때, 이 모든 것들 뒤에 있는 흑인들의 한(恨)을 보아야 한다. 오 목사는 “예를 들어 한 아이는 건강한 심장을 가지고 태어났고, 다른 아이는 약한 심장을 가지고 태어났다. 심장이 약한 아이에게 심장이 건강한 아이처럼 못하는 것을 욕하고 손가락질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 제도적으로 경제적으로 법적으로 약한 심장을 가진 흑인들 속에 깊이 내재되어 있는 한을 보아야만 그들을 이해할 수 있다. 수많은 외세의 침략을 받고 형제자매와 부모 자식을 잃은 한인들의 한(恨)이야말로, 미국에 노예로 팔려 와 온갖 핍박을 받고 제도적으로 차별을 받은 흑인들의 한(恨)을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감대일 것이다. 그러기에 한인들이 조지 플로이드 사건과 이로 인해 번지게 된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시위를 볼 때, 그들의 한(恨)을 보고 이해해야 한다.
과연 미국이 바뀔까?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시위는 도시를 넘어서 백인들에게 또한 시골지역까지도 퍼지고 있다고 한다. 한 달이 다 되어 가지만 아직 이 시위는 잠잠해지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흑인을 제도적으로 경제적으로 법적으로 차별하는 미국의 시스템이 바뀔 수 있을까? 오 목사는 이에 대해 “백인들을 그들 위주의 제도들과 기득권을 포기하고 싶지 않기에, 이번 전국적인 시위가 정책과 제도를 바꾸기는 어렵다. 바뀌더라도 오래 걸릴 것이다.”라고 대답한다. 이 제도적, 경제적인 인종 차별이 바뀌기 위해서는 미국의 역사를 새로 고쳐 써야 한다고 오 목사는 말한다. “미국의 건국 시기에 피와 땀을 흘린 흑인들의 노고가 미국이라는 나라를 세우는데 기반이 되었다는 그 사실이 기억되어야 하고 재평가되어야 하고, 재기록되어야 한다. 이러한 올바른 역사 교육을 통해서 흑인들과 백인들이 함께 공존하는 새로운 역사를 써나가야 할 것이다.”
이 글은 시카고에서 흑인들이 많이 모여 사는 남부 지역에서 흑인들을 대상으로 목회(잉겔우드러스트 연합감리교회와 쏜톤 연합감리교회)를 하는 그레이스 오 목사의 유튜브 채널과 전화 인터뷰를 통해 작성된 글이다. 오 목사의 흑인 목회 이야기는 그녀의 유튜브 채널에서 더 들을 수 있다.
글쓴이: 오천의 목사는 한인/아시아인 리더 자료를 담당하고 있는 연합감리교회 정회원 목사이다. coh@umcom.org나 615) 742-5457로 연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