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회의가 은혜롭게 진행되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교회의 분위기도 놀랍게 바뀐다.
교회에 처음 부임했을 때, 몇 번의 당황스러웠던 경험이 있었다. 은혜롭게 예배를 마치고 즐겁게 점심을 마친 뒤 임원회의를 시작했는데 그 전까지 그렇게 화기애애한 얼굴로 마주하던 교회교회에 처음 부임했을 때, 몇 번의 당황스러웠던 경험이 있었다. 은혜롭게 예배를 마치고 즐겁게 점심을 마친 뒤 임원회의를 시작했는데 그 전까지 그렇게 화기애애한 얼굴로 마주하던 교회의 임원들이 회의가 시작되자 돌변하여 서로의 말 한마디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며 언성이 높아졌다. 서둘러 회의를 끝내고 몇 분에게 항상 회의 분위기가 이러했는지 물어보았다. 그리고 대부분 그랬다는 놀라운 대답을 들었다.
왜 우리 교회는 임원회의를 할 때마다 그렇게 서로 으르렁거릴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큰 교회나 작은 교회나 그 안의 사람들은 비슷비슷할 것이다. 그러나 작은 교회들이 가지고 있는 제한된 물적 토대와 인적 기반은 은혜로운 임원회의를 방해할 수 있는 두 가지의 위험 요소들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첫째, 작은 교회는 아무래도 큰 교회에 비해 회의 자체가 적기 때문에 작은 교회 임원들은 회의 경험이 부족하고, 성숙한 회의 문화를 보거나 경험한 적이 별로 없다. 그래서 회의 중에 공적인 토의(official discussion)와 사적인 대화(personal dialogue)가 뒤섞이는 일들이 많이 있다. 이것은 교회 임원으로서 가져야 할 자긍심, 책임감, 전문성의 부족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둘째, 큰 교회는 다수의 교우를 대표하여 각 조직의 임원들이 선출되지만, 작은 교회는 매번 비슷한 사람들이 임원회의에 참석하기 때문에 자기가 감당해야 할 책임과 역할을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교회의 모든 행정을 자신이 다 관여하고 결정하려는 습성이 있다.
이 같은 문제 인식을 하고 은혜로운 회의 문화를 통해 교회의 분위기와 체질을 바꾸고자 하였다. 그 사람이 그 사람인 작은 교회의 임원회의에서 은혜롭고 성숙한 분위기로 회의가 진행된다면, 작은 규모이기 때문에 더 빨리 교회의 전체적인 분위기까지 변화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몸담은 교회에 대한 자긍심과 자신감 없이는 교회는 성장할 수 없다. 작은 교회에서의 임원회의는 그와 같은 자부심을 경험하게 하는 중요한 시간이 된다. 실제로 우리 교회에서는 임원회의가 은혜로운 분위기로 자리를 잡아 나가면서 교회 전체적으로도 과거와는 다른 은혜의 결실을 보고 있다. 우리 교회에서는 임원회의를 하면서 다음 다섯 가지의 정신과 방법을 염두에 두고 활용하고 있다.
1. 눈에 보이는 결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준비를 통해 결정된다.
은혜로운 회의는 회의가 시작되는 순간에 이미 판가름난다. 회의가 시작되기 전, 그 회의를 위하여 준비한 시간과 노력의 과정들이 그날 회의의 성패를 결정한다. 아무런 준비 없이 모인 사람들에게서 성숙하고 건설적인 회의 문화를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회의를 시작하기 전에 어느 정도의 사전조율이 끝나야 한다. 주요 임원들과도 회의 전에 논의해야 하고 필요한 자료들도 보기 좋게 편집하여 회의 때 제시되어야 한다. 회의 장소는 깨끗이 정돈되어 있어야 하고 그날 회의의 순서 및 안건들도 잘 정리하여 테이블 위에 놓여 있어야 한다. 필기할 수 있는 펜과 간단한 다과도 잘 준비한다. 임원들이 문을 열고 회의 장소에 들어 왔을 때, 지금 시작하는 회의가 철저한 준비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음을 인식하는 순간, 임원들도 그에 걸맞은 자세와 태도를 보이게 된다. 그리고 이 모든 준비의 책임은 담임 목사에게 있다 생각한다.
2. 차별화된 회의를 통해 형식과 내용을 담아낸다.
우리 교회 회의 구조는 회의 성격에 맞추어 철저하게 이원화하고 있다. 임원회의(Church Council)와 위원회/부서별 회의(Committee Meeting)로 나누어진다. 회의의 목적과 분위기를 차별화시키고 있다. 우선 위원회/부서별 회의(Committee Meeting)는 소위 끝장 토론의 형태로 한다. 풍성한 내용을 담아내기 위하여 목사를 포함하여 회의 참석자들이 최대한 많은 이야기를, 최대한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시간의 제약을 두지 않고 회의를 진행한다. 반면에 임원회의(Church Council)는 될 수 있으면 1시간을 넘기지 않는다. 격식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임원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이 위원회/부서별 회의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임을 스스로 느끼게 한다. 그래서 쉽게 말하거나 함부로 행동하지 못하도록 분위기를 이끌어 간다. 임원회의는 어떤 안건을 새로 토의하는 시간이라기보다는 어떤 안건을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공식적인 결정을 내리는 회의이다. 공식적으로 접수된 안건이 아니면 회의 중에 갑자기 돌출되는 의견이 나오더라도 긴급한 사항이 아니면 당일에 결정하지 않는다.
3. 교회 회의는 영적인 훈련과정의 한 부분이다.
교회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일은 그 자체로 하나님의 나라를 위한 거룩한 도구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회의를 하면서 이것이 교회에서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고 실천하는 시간임을 잊을 때가 종종 있다. 교회에서 행해지는 회의는 그런 측면에서 거룩한 시간이 되어야 한다. 우리 교회에서는 모든 회의를 시작하기 전 짧은 경건의 시간(Devotional time)을 갖는다. 직전 회의에서 정해진 한 분이 준비하여 진행하는데, 개인적으로 이 시간이 참 은혜가 된다. 그리고 회의에 참석한 분들이 우리가 누구를 위하여, 무엇을 위하여 모였는지 마음을 모아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 준다. 회의 중에도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 전에는 꼭 다 같이 기도를 한다. 회의를 마무리할 때도 다 같이 교회를 위하여 기도한다. 교회 회의는 단순한 교회 사업(Church Business)을 다루는 시간만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여 쫓아가는 영적인 훈련의 시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4.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이 소중하다.
교회에서 임원회의를 하는 목적은 하나의 결정을 내릴 때마다 ‘우리’라고 하는 일체감으로 그리스도의 한 몸 공동체를 구현하는 데 있다. 임원회의 구성원들은 믿음의 분량이 다르고 살아온 배경이 다르고 개인의 능력이 다르다. 특별히 작은 교회에서 자원하는 마음보다는 사람 수를 채우기 위하여 등 떠밀려 임원이 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래서 교회 일을 열심히 하려고 하는 한두 명의 사람이 다른 임원들을 병풍으로 만들면서 자기가 주도적으로 일을 맡으려 할 때가 있다. 실제로 일을 잘함에도 불구하고 능력이 탁월한 한두 명이 어떤 사업을 일사천리로 진행하다 보면 결국에는 교만함과 우월의식에 사로잡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스스로 만든 높은 벽에 갇히면 결말이 좋지 않다. 교회는 모두가 함께 일할 때, 그것이 비록 느려 보이고 연약해 보여도, 비로소 그리스도의 몸으로써의 유기적인 신비를 경험할 수 있다.
5. 사후관리가 다음을 약속한다.
대표적인 콩글리시 중의 하나인 A/S(After Service)는 한인 교회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서양인들은 이성적이지만, 한인들은 대부분 감정적이다. 임원회의를 하면서 자신의 의견이 관철되지 않았을 때 머리로는 결과를 받아들이지만, 마음에는 상처로 남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자신의 의견과 반대쪽에 있던 사람을 향해 이유 없는 반항심을 가지게 된다. 일단 감정이 상하면 이성적인 접근은 아무 소용이 없다. 감정이 상한 상태에서 다음 회의에 들어오면 사사건건 딴지를 걸려고만 한다. 그래서 회의가 끝난 뒤에는 반드시 그 상처받고 꼬인 마음들을 다시 풀어 주어야 한다. 다음에 열리는 임원회의가 은혜롭게 되기 위해서 목회자의 A/S가 꼭 필요하다. 교회 공동체를 위하여 당신은 여전히 필요하고 중요한 사람이라는 목회적 돌봄이 있을 때, 딱딱하게 굳어질 수 있는 교회의 분위기를 따뜻하고 부드럽게 만들어 준다.
작은 교회의 강점들이 있다. 작기 때문에 흡수가 빠르고 효과가 금방 나타난다. 임원회의가 은혜롭게 진행되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교회의 분위기도 놀랍게 바뀐다. 교인의 반이 임원일 경우에는 더더욱 빠르게 변화될 것이다. 이 땅의 모든 작은 교회들을 위하여 기도한다.
글쓴이: 신규석 목사 hopeace21@gmail.com, 그린빌연합감리교회, SC
올린날 2016년 10월 1일, 연합감리교회 공보부, T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