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사회에는 큰 포용과 너그러움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사는 이 미국땅에는 참으로 많은 여러 인종과 민족이 함께 모여 살아갑니다. 우리 연합감리교회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관이 '다양함 가운데 일치를 이룸'(Unity in Diversity)입니다. 요한 웨슬리의 가르침도 '본질에는 일치, 비 본질에는 자유, 모든 것에 사랑'(In Essentials Unity, Non-Essentials Liberty, In All-Things Charity)입니다. 감리교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이런 우리의 입장을 우유부단하거나 확신이 약하다고 오해하는지 모르지만 감리교는 열려있는 포용성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우리가 사는 이 조지아 땅도 10여 년 전에 비해 참 다양한 인종과 민족이 어울려 살아가는 땅으로 급변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조지아의회는 어쩌면 아리조나주 법안보다 더 심한 '불법이민 개혁 및 단속법안'(HB87)을 통과시켰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야 하는 땅에는 포용성과 너그러움이 그 사회를 움직이는 가치관이 되어야 하는데 조지아는 폐쇄적이고 비인간적인 법을 통과시킨 것입니다.
이 법안에 주지사가 사인을 하면 앞으로 히스패닉계는 물론 한인경제가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경찰들의 인종차별적인 검문이 정당화됩니다. 더 심각한 것은 히스패닉계는 물론 한인커뮤니티에 불체자 단속이 집중됨으로 경기침체는 말할 것도 없고 많은 사람들이 두려움에 빠져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이미 지금도 불체자들은 병원혜택은 물론 자녀들이 교육혜택도 받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들을 '불체자'(illegal resident)라고 부르지만, 그들은 불법으로 나쁜 일을 하려고 온 것이 아니라 먹고 살려고 일을 하러 온 사람들로서 법적인 '서류미비자(undocumented worker)'들인 것입니다.
'불체자'라는 말도 그렇고 이번에 조지아의회가 통과시킨 법안에 대해서도 이런 저런 의견이 다른 말을 우리가 할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이들이 우리의 이웃이고 우리 교회 교인이고 우리 자신들이라는 것입니다. 조지아의회가 '불법체류자'로 규정하고 추방해야 한다고 하는 사람들이 제가 알고 있는 하나님을 사랑하고 교회를 사랑하며 미국땅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일해서 잘 살고 싶어하는 하나님의 자녀들입니다. 지금도 이들은 보통 미국인들이 하지 않는 어려운 일을 싼 임금으로 하고 있고 불안한 마음으로 미국땅 음지에서 살아가야 하는 아픔을 감수해야 합니다. 도대체 이들이 미국이란 나라에 어떤 불이익을 준다는 것인가요? 행여라도 작은 불이익이 있다고 한다면 세상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에서 먹고 살겠다는 이웃을 긍휼히 여기는 마음을 가질 수는 정말 없는 것일까요? 이미 불체자들에게는 기본 사회보장 기회가 대부분 박탈당한 상태입니다.
무엇보다 교회에서는 하나님나라 법이 적용되어야 하고 예수님 말씀이 기준이 되어야 합니다. 구약은 "너희 땅에 살기 위해 찾아온 나그네들을 잘 돌보아라!"는 가르침으로 도배질 되어 있습니다. 그 이유는 "너희 조상들도 그와 같았다"입니다. 미국이란 나라 자체가 세워진 역사를 볼 때 조지아주 의회가 통과시킨 법은 성경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악법이고 미국건국 정신에 어긋나는 것입니다. 미국은 다양성을 존중하고 그러기 위해 포용성과 너그러움이 기본 정신이어야 합니다.
지미 카터 대통령의 아들이 조지아주 상원의원인데 이번 통과된 법안을 조지아가 '경찰국가'로 전락하는 것이라고 강력히 반대했다고 합니다. 제 친구 목사가 주의회 의원에게 이번 법안통과에 대해 항의를 했더니 답답해 하면서 "너와 똑같이 생긴 한인 의원도 찬성하더라"고 하더랍니다. 참 신기합니다. 시민권 받은 사람들 가운데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 못하는 사람들 많고, 2세들 가운데 보면 자기 부모세대가 어떻게 이민자로 살아왔는지 감을 잡지 못하는 이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것만이 아니라 요즘 이민자들 가운데 격심한 차별과 박대 속에서 살아남은 중국계 일본계 이민자들이 겪어야 했던 아픔의 역사에 대한 무심함에서 오는 무례함도 많은 것 같습니다. 중국계는 미국 서부 개척시대 철도를 놓으면서 많이 죽었습니다. 일본계는 2차 대전 당시 사막 한가운데 수용소에 갇혀 살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고난의 역사를 기억하기 때문에 오히려 미국시민으로서 이 나라 발전의 일익을 담당하는 책임감이 남다릅니다.
우리가 사는 조지아를 위시한 미국 남부는 로자 팍스로 시작된 미국 시민운동의 중심지입니다. 마틴 루터킹 시민운동기념센터가 아틀란타에 있습니다. 지미 카터 평화센터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것만이 아니라 우리 한인들에게 있어서는 조지아 남부에 기아자동차 공장이 있고 더 내려가면 몽고메리에 현대공장, 그리고 아틀란타 북쪽 테네시주 입문 차타누가에 현대자동차 제2공장이 들어온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폐쇄적인 정책을 쓰는 나라는 발전하기 어렵습니다.
우리 교회들이 크리스천들이 나그네들을 환영하고 보호하고 돌보는 일에 쓰임 받아야 하는 것만이 아니라 이 나라가 더욱 큰 포용과 너그러움으로 열리는 나라가 되도록 하는 일에 기여할 수 있기를 빕니다.
글쓴이: 김정호 목사, 아틀란타한인교회 GA, cjameskim@hotmail.com
올린날: 2011년 4월 18일 연합감리교회 공보부 T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