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의 신분
모국을 떠나 미국이라는 새로운 나라에서 이민자로서의 삶을 개척하는 모든 사람이 꼭 넘어야 하는 높은 산이 있다. 그것은 미국에서 자유롭게 경제 활동을 하며 정착할 수 있는 신분을 얻는 것이다. 이는 취업 비자나 영주권을 받는 것을 의미한다.
목회자들 역시 미국 내에서 사역하기 위해 이러한 취업 비자나 영주권이 다른 사람과 동일하게 필요하다. 현재 연합감리교회에서 사역하는 많은 이민 1세대 목회자들은 유학생 시절 학생 비자(F Visa)로 시작하여, 종교 비자(R-Visa)를 거쳐 종교 영주권(EB-4)이나 취업 영주권(EB-2)을 통해 그 신분 문제를 해결하였다. 목회자가 종교인으로 교회에서 사역하기 위해서는 일반 취업 이민과 마찬가지로 스폰서쉽이 필요하며, 개체 교회 또는 연회가 그 역할을 감당해 주었다. 대체로 재정적으로 규모가 있는 한인교회들은 자체적으로 스폰서가 되어서 소속 목회자들의 종교/취업 영주권을 지원하였다. 타인종 사역을 하는 목회자의 경우, 재정적으로 개체 교회의 스폰서쉽이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 목회자가 속한 연회가 스폰서가 되어 한인 목회자의 신분 문제를 해결해 주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목회자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여러 연회가 젊은 한인 목회자들에게 많은 목회의 기회를 제공하면서, 종교 비자와 종교 영주권(EB-4)을 위한 스폰서쉽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으로 연합감리교회의 많은 목회자들이 이민자의 삶에 꼭 필요한 신분을 얻게 되었고, 하나님의 부르심에 성실하게 응답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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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행정조치
지난 2023년 3월 이후로 유학생-종교 비자-영주권으로 이어지던 종교 이민 과정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미 국무부가 일련의 행정조치를 취하면서, 종교 영주권의 문이 실질적으로 닫히게 되었고, 많은 목회자가 종교 영주권(EB-4)을 신청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취업 영주권 EB-4카테고리 안에는 종교 종사자뿐만 아니라, 청소년 난민 특별 이민자, 그밖에 여러 특별 이민자에게 주어지는 영주권이 함께 속해있다. 미국 이민국은 예전부터 이민 수요가 높은 몇 나라에 대해 영주권 숫자를 제한하는 쿼터제를 유지하였는데, EB-4 카테고리 안의 청소년 난민 특별 이민으로 영주권을 많이 신청하는 남미의 세 개 국가에 대해 영주권 쿼터를 적용해그 숫자를 제한하였다. 그래서 2023년 이전에는 청소년 난민 특별 이민 과정의 영주권 신청자가 아무리 많아도, 종교 이민 영주권 신청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았다. 즉 스폰서가 되는 교회나 연회가 영주권 청원(I-360)을 신청하여 승인되면, 해당 목회자는 언제든지 영주권 신청서(I-485)를 제출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매달 미 국무부에서 발표하는 영주권 문호(Visa Bulletin)에 종교 종사자의 영주권 접수 가능일은 현재 접수 가능하다는 의미의 “C”(Current)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2023년 3월 미 국무부는청소년 난민 특별 이민 과정에서 행정적 실수가 있었다고 밝히며, 그동안 남미의 세 개 국가에 대해 적용했던 영주권 쿼터를 해제했다. 즉 그동안 종교 이민 영주권과 청소년 난민 특별 이민 영주권 과정을 따로 두었는데, 하나로 합치게 된 것이다. 그 결과, 그동안 기다리지 않고, 바로 영주권 신청서를 제출할 수 있었던 종교 이민 신청자들은 청소년 난민 특별 이민 신청자들과 함께 한 줄에서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리고 그 줄은 이제 종교 영주권은 끝났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길었다.
2025년 1월 현재, 미 국무부에서 발표한 2025년 2월 영주권 문호에 따르면 취업 이민(EB-4) 중 4번째로 많은 종교 종사자가영주권 신청서(I-485)를 접수할 수 있는 날은 2021년 2월 1일이다. 즉 이는 영주권 신청서를 내기 전에 꼭 필요한 영주권 청원서(I-360)의 접수 날짜가 2021년 2월 1일 이전인 사람만이 영주권 신청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려 4년 전에 영주권 청원서(I-360)을 제출하고, 승인받은 사람만이 영주권 신청서(I-485)를 제출할 자격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한인 목회자들에게 종교 영주권의 문이 실질적으로 막혔다는 이유이다.
영주권 청원서(I-360)를 제출하기 위해서는 목회자가 종교 비자(R-1) 또는 일을 할 수 있는 신분(CPT, OPT)을 가지고 해당 교회나 연회에서 최소 2년간 사역한 기록이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4년 전에 영주권 청원서를 제출했다는 것은 이미 6년 전에 사역을 시작했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문제는 종교 비자(R-1)의 유효 기간이 1번의 연장을 합하여 최대 5년이라는 점이다. 즉 현재의 영주권 문호에 따르면, 종교 영주권(EB-4) 신청에 6년이 소요되므로 종교 비자 소지자는 논리적으로 5년 안에 종교 영주권을 신청조차 할 수 없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영주권 승인과 상관없이, 영주권 신청서(I-485)를 제출이라도 할 수 있다면, 종교 비자가 만료되더라도 미국에 거주하는 것이 가능하고, 콤보카드라고 불리는 노동 허가서와 여행 허가서가 승인되면, 영주권 승인 이전에 월급을 받으며 일을 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영주권 신청서(I-485)조차도 신청할 수 없는 현재 상황이라면, 종교비자가 만료됨과 동시에 미국을 떠나야 한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최근 안수를 받은 한인 목회자들에게 그 사역을 잠시 쉬고 학교로 돌아가거나 또는 한국으로 영구히 귀국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이것이 현재 많은 목회자가 경험하는 현실이다.
신분 문제에 대한 해결책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에 대한 해결책은 존재하는가? 목회자의 신분 문제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이미 2년 전에 시작되었으며 여전히 현재 진행형의 문제로서 해결책을 찾아가는 노력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뉴잉글랜드 연회는 아시안 코커스가 목회자의 신분 문제를 제기하여서, 이민 목회자들의 신분 문제 상황을 가장 먼저 인식하였고, 연회 차원의 해결책을 제시하였다. 뉴잉글랜드연회에서 한인 목회자에게 종교 이민(EB-4)이 아닌 취업 이민(EB-2)의 스폰서쉽을 지원하기로 한 것이며, 연회에서 이민 변호사를 일원화하여 신분 문제 해결을 돕고 있다. 뉴욕 연회 역시 뉴잉글랜드 연회를 모델로 하여 한인 코커스가 연회에 한인 목회자의 신분 문제를 제기하였고, 연회 차원의 지원을 약속받았다. 다만, 뉴욕 연회의 실무진과 이민 변호사, 그리고 당사자들의 오랜 논의 끝에 종교 영주권(EB-4)의 문호가 열리기를 기다리기로 결정하였고, 그 사이 종교 비자(R-1)를 취업 비자(H-1B)로 바꾸는 것을 연회가 돕기로 하였다. 각 연회와 목회자 개개인의 상황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신분 문제 해결에 있어서 모두를 만족시키는 하나의 해결책을 찾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한인 목회자의 신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가 모두 기억할 것이 있다. 그것은 신분 문제란 목회자 개인이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 일이라는 사실이다. 신분 문제를 경험하고 있는 몇 명의 목회자가 뭉친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다. 한인 목회자들의 더욱 더 큰 관심과 연대가 필요하다. 각 연회의 한인 코커스가 나서야 하며, 타인종의 코커스와도 연대 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동일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타교단, 타종교 한인 조직과도 연대 해야 한다. 연회를 설득하기 위해, 서로의 정보와 경험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만남의 장이 필요하다. 이 주제가 한인 총회의 주요 안건이 되어서 연회를 넘어 교단 총회에서도 다루어져야 해결될 수 있다.
한인 목회자들
무엇보다 이 주제는 우리의 신분 문제가 해결되었기 때문에, 우리 한인 목회자들의 관심사 밖으로 치워 놓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우리가 모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것은 얼마 전 신학교를 졸업하고 안수를 막 받은 어느 젊은 한 목사 개인에게만 국한된 일이 아니며 우리 한인 공동체가 함께 경험하고 있는 현재의 문제이며, 과거의 문제였기도 하며, 미래의 문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최진하 목사는 뉴욕연회 소속으로 제일 & 웨슬리연합감리교회에서 사역을 하고 있다.
오천의 목사는 한인/아시아인 리더 자료를 담당하고 있는 연합감리교회 정회원 목사이다. coh@umcom.org나 615) 742-5457로 연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