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도 그렇고 미국 내의 많은 한인교회들은 재의 수요일을 지키지 않는다. 미국에 살면서 재의 수요일에 이마의 재로 십자가를 그은 직장 동료 혹은 손님들을 보면서 재의 수요일에 대해 알고는 있다. 하지만 정작 많은 한인교회에서 재의 수요일을 지키지 않기 때문에 그 기원과 의미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재의 수요일은 가톨릭만의 전통도 아니고 많은 개신교에서도 지키고 있으며, 그 기원은 성서적이고 오랜 역사를 통해 풍부한 신학적 의미가 있다. 재의 수요일의 성서적 기원과 의미를 알아보도록 한다.
성서(구약)적 기원
재를 예전적인 목적으로 사용한 것은 구약시대부터 시작되었다. 유대인에게 재는 죽음과 회개, 참회를 상징한다. 에스더의 삼촌인 모르드개는 페르시아의 왕 아하수에르가 그의 제국 내의 모든 유대인을 죽이라는 칙령을 듣고, “자기의 옷을 찢고 굵은 베 옷을 입고 재를 뒤집어쓰고 성중에 나가서 대성통곡(에스더 4:1)”하였다. 또한 욥은 친구들과의 논쟁 하나님과 대면을 한 후에, 하나님의 뜻을 알게 되고 이해하자 “스스로 거두어들이고 티끌과 재 가운데에서 회개”를 하였다. 예언서인 다니엘서에도 예루살렘의 멸망을 예언한 뒤, 다니엘은 “금식하며 베옷을 입고 재를 덮어쓰고 주 하나님께 기도하며 간구하기를 결심(다니엘9:3)”하였다. 그리고 요나서에도 요나가 니느웨 성읍에 들어가 니느웨의 멸망을 외치니, 니느웨 사람들이 회개하였고, 니느웨 왕은 “왕복을 벗고 굵은 베 옷을 입고 재 위(요나 3:4~6)” 앉았다고 기록했다. 이처럼 구약에서 참회와 회개를 할 때, 재가 예전적 의미로 사용되었다.
예수의 언급
예수께서도 직접 재를 언급하셨다. 예수이 기적을 직접 보고도 회개하지 않는 마을들을 향해 예수께서 “너희에게 행한 모든 권능을 두로와 시돈에서 행하였더라면 그들이 벌써 베옷을 입고 재에 앉아 회개(마태복음 11:21)”하였을 것이라고 말하셨다. 이처럼 구약 시대와 심지어는 신약시대에서도 재는 회개와 참회를 상징하며, 회개할 때 재를 뒤집어쓰거나 위에 앉아 자신의 죄를 참회하였다.
초대교회
초대교회에서도 계속해서 죄를 회개하기 위해 재를 사용하는 전통을 이어왔다. 삼위일체라는 용어를 가장 먼저 사용한 초대교회의 교부인 터툴리안은 그의 책 “De Poenitentia(회개)”에서 “회개하는 사람은 슬픔으로 몸을 가리고 굵은 베옷과 재를 입어야”한다라고 명령한다. 또한 초대교회의 역사를 연대기적으로 정리해서 집필한 유세비우스는 그의 교회사(The Church History)에서 재의 사용을 언급했다. 그의 책에서 나탈리스라는 배교자는 굵은 베옷과 재를 입고 교황 제피리누스에게 용서를 구하러 왔으며, 이 참회의 기간에는 사람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참회를 해야 하며, 사제는 고해성사를 하는 사람의 머리에 재를 뿌렸다.
기록된 최초의 재의 수요일
구약과 신약시대 그리고 초대교회에 걸쳐서 재를 회개와 참회에 사용한 기록은 남아있지만, 사순절의 첫날을 기념하기 위해 재를 예전적으로 교회에서 사용했다는 기록은 8세기 경이다. 그레고리오 교황의 이름을 딴 그레고리오 성사집(Gregorian Sacramentary)의 초판에 사순절을 시작하는 날에 재를 사용하는 기록이 남아있다. 이 당시 사순절의 첫날에 재를 사용하는 회개를 표시하는 날은 재의 수요일이 아니라 “재의 날”로 불리었다.
연합감리교회
연합감리교회에서는 재를 사용하지 않았으며, 1965년에 이르러야 재의 수요일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고, 그 이전에는 공식적인 예배가 없었다. 1992년에 이르러 연합감리교회는 재를 사용한 재의 수요일 공식 예배가 채택되었다.
이처럼 재를 예배와 일상생활에서 죄의 대한 참회와 회개를 위해 예전적으로 사용하는 교회의 전통은 이미 구약시대부터 존재해왔으며, 예수의 가르침에서도 나타나며, 초대 교회에서도 사용해 왔기에 가톨릭만의 예식이 아니라 모든 기독교를 위한 예식으로 모든 기독교인이 지키는 것이 좋다.
유한한 인간
구약시대부터 재(흙)는 인간의 유한성을 상징했다. 창세기에서 하나님은 사람을 땅의 흙으로 빚으시고 창조하셨다. 그리고 그 흙(재)은 인간이 죽을 때 몸은 결국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유한한 존재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 유한한 존재인 인간이 자신들이 한 일에 대해 잘못을 느끼고 후회하고 원상태로 되돌리고 싶을 때, 재를 머리에 놓고 베옷을 입어 하나님과 사람들 앞에서 참회하고 회개하였다.
이처럼 재를 이마에 받는 것은 우리의 인간성과 유한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하는 강력한 예전적 방법이다. 재는 우리가 하나님이 아니라 하나님의 선한 창조물임을 상기시킨다. 그 속에서 우리는 우리의 몸이 영원하지 않을 것임을 깨닫고 결국 우리가 죽을 것이라는 현실을 직시하게 된다.
죄를 회개하는 외적인 표시
재는 인간이 유한한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줄 뿐만 아니라, 인간이 저지른 죄를 회개한다는 참회에 대한 외적인 표시이다. 구약시대부터 사람들은 죄에 대한 회개의 외적인 표시로 베옷을 입고 재를 뒤집어썼다. 재의 수요일 이마에 받게 되는 재로 우리는 우리의 죄를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사순절의 바로 첫 시작인 재의 수요일 우리는 하나님께서 우리를 창조하신 선한 목적에 살 수 없는 죄인이라는 것을, 재를 이마에 받음으로서 회개하고 있다는 외적인 표시를 하게 되는 것이다. 웨슬리 목사는 성례전을 내적인 은혜의 외적인 표시라고 정의했다. 우리 이마에 받는 재 역시 인간의 내적인 죄를 회개하고 있다는 참회의 외적인 표시이다.
매년 재의 수요일에 우리는 재를 받음으로써 우리는 유한한 존재임을 깨닫고, 재로 이마에 그려진 십자가를 통해 우리가 진심으로 죄를 회개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오천의 목사는 한인/아시아인 리더 자료를 담당하고 있는 연합감리교회 정회원 목사이다. coh@umcom.org나 615) 742-5457로 연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