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누가 예수를 죽였는가?

사진: 프렌세스코 알버티 & 크리스토프 슈미드(언스플레쉬), 로렌스 오피(플리커).
사진: 프렌세스코 알버티 & 크리스토프 슈미드(언스플레쉬), 로렌스 오피(플리커).

1965년에 개최된 2차 바티칸 공의회는 “비그리스도교와 교회의 관계에 대한 선언”에서 유대인이 예수의 죽음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그동안의 오랜 입장을 수정하여 반유대주의를 억제할 교회의 책임을 인정했다. 즉 오랫동안 기독교는 예수의 죽음에 대해 유대인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지만, 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는 유대인에게는 책임이 없다는 것을 공언한 것이다.
과연 바티칸 공의회는 왜 이런 선언을 하게 된 것일까? 바로 과거 기독교와 기독교 국가에서 팽배했던 반유대주의(Anti-Semitism) 때문이다. 마태복음 27:24~25에 따르면, 예수의 죽음에 대해 유대인들은 “우리와 우리 자손에게 돌릴지어다”라고 말한다. 전문용어로는 “Jewish Decide”이며 한글로는 유대인의 예수 죽임으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예수를 십자가에 죽게 만든 책임은 유대인들에게 있다는 반유대주의는 마태복음 27:24~25에 그 기원을 두고, 초기 기독교부터 시작되었다. 2세기경 초대 기독교의 순교자 저스틴과 사르디스의 멜리토 역시 이러한 주장을 하였다. 또한 예수를 죽인 유대인이란 비난은 중세로 접어들면서 영국,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과 다른 유럽으로 퍼져서 십자군 전쟁에서 유대인을 죽이는 폭력의 양상을 띠게 되었다. 근대로 접어들며, 나치에 의해 반유대주의는 유대인 학살이라는 오명을 남기며 수백만 명의 유대인을 학살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과연 유대인이 예수를 십자가에 죽게 만들었으며 그들에게 모든 책임이 있는가? 아니면 본디오 빌라도와 로마 병사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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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성서의 입장 

4 복음서 보다도 바울 서신은 신약성서에서 가장 먼저 기록된 것으로 여겨지며, 예수께서 아버지께 올라가신 후 약 20년 후에 기원후 50~64년경 기록되었다. 기원후 53년경에 기록된 데살로니가로 보내는 편지(데살로니가전서 2:14~15)에서 바울은 “유대인은 주 예수와 선지자들을 죽이고”라고 말한다. 이는 초기 기독교에서부터 유대인이 예수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고 관념이 기독교인들 사이에 있었음을 증명한다. 

다음으로 4 복음서를 보게 되면 유대인이 예수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고 더 두드러지게 말한다. 먼저 마태복음은 유대교 대제사장과 온 공회가 예수를 죽이려고(마태복음 26:59) 그를 칠 거짓 증거를 찾는 불공정한 재판에 대해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결국 거짓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 대제사장은 예수를 죽이기 위해 신성을 모독했다는 결론을 내렸고 공회에 어떻게 생각하는 물었고, 공회는 “그는 사형에 해당하니라”고 대답한다. 그 후, 그들은 예수의 얼굴에 침을 뱉고 그를 때리기 시작했다. 
4 복음서 모두에서 유대법에 따라 신성 모독죄를 저지른 다른 유대인을 처벌할 수 없기 때문에 공회는 예수를 로마법으로 처형하려고 한다. 그래서 공회는 예수를 주기도문에도 등장하는 로마의 유대 총독 본디오 빌라도에게 데려가 사형을 요구하지만, 기본적으로 본디오 빌라도는 예수를 처형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한다. 요한복음 18:31에서 빌라도는 유대인들에게 예수를 데려다가 유대법으로 재판하라고 하지만, 유대인은 사람을 죽이는 권한이 없다고만 대답한다. 그렇지만 예수의 처형을 요구하는 유대인들의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혹여나 민란이 일어나까 봐, 결국 본디오 빌라도는 예수에게 십자가형을 내리게 된다. 

예수의 십자가형과 관련해 가장 논란이 되는 구절은 마태복음 27:24~25로써, 사형의 이유를 찾지 못하지만, 민란을 두려워하는 빌라도는 물을 가져다가 유대 무리 앞에서 손을 씻으며, “예수의 피와 죽음에 대해서 나는 무죄하니 너희 유대인이 당하라.” 유대 백성이 대답하여, “그 피를 우리와 우리 자손에게 돌릴지어다”라고 대답한다. 그리고 이 구절로 인해 유대인들은 예수를 십자가형에 처한 책임을 져야 하는 민족으로 오해를 받게 만들었다. 이 두 구절은 신약성서의 어느 구절보다 유대인 역사에서 더 많은 고통을 야기해왔다. 

빌라도와 로마 군사 

예수가 살았던 이스라엘은 당시 로마의 통치하에 있었고, 사형의 집행 권한은 로마 당국에 있었다. 누군가를 처형하려면, 로마에서 권한을 가진 누군가가 명령을 내려야 가능했다. 본디오 빌라도는 로마의 유대 총독으로서 그가 처형 명령을 내려야만 예수를 십자가 처형을 할 수 있었다. 빌라도는 이 명령을 내리거나 취소할 수 있는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4 복음서를 읽어보면 유대 군중은 예수를 사형에 처하라고 소리 질러 요구했을 뿐이다. 유대 군중에게는 누군가를 처형할 수 있는 권한은 없었다. 빌라도는 예수를, 처형할 것인지 말 것인지 결정을 내려야 했고, 민심을 걱정한 빌라도는 예수에게 십자가형을 명령하였다. 또한 십자가 처형은 로마의 처형 방식이었기 때문에 로마 군인들이 십자가 처형을 집행해야 했다. 처형을 담당한 로마 군인들은 예수를 채찍질하고 조롱하고 침을 뱉고 결국 십자가에 못 박았다. 본디오 빌라도는 십자가형을 명령 내렸고 로마 병사들이 이를 집행했기 때문에 예수를 죽인 것은 로마인들이라고 말할 수 있다. 

유대 군중과 대제사장

그렇다면 유대인들은 전혀 예수의 죽음에 책임이 없을까? 그렇지 않다. 십자가형을 선고받기 이전부터, 바리새인, 대제사장, 서기관들 모두에게 예수의 가르침과 인기는 큰 위협이 되었다. 예수의 생애를 쭉 살펴보면, 바리새인과 유대교 지도자들은 예수를 죽일 방법을 찾거나 이에 대해 음모를 꾸미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요한복음 11:53에 따르면, 예수의 사역 초기부터 예수의 영향력을 의식한 대제사장들과 바리새인들이 공회를 소집하고 예수님을 죽이려 모함하였다. 

또한 예수를 처음 체포한 사람들도 유대교법으로 재판을 시작한 이들도 바로 대제사장들과 유대교 지도자들이다. 예수께서 체포된 후 대제사장들과 지도자들이 예수의 죄를 확증할 증언을 얻지 못하자, 신성 모독이라는 죄명을 씌워 본디오 빌라도에게 데려가서 예수의 죽음을 주장한다. 요한복음 18:38과 누가복음 23:22에서 분명히 본디오 빌라도는 예수를 처형해야 할 죄를 찾지 못했다. 마태복음 27:19에선 빌라도의 아내가 빌라도에게 전갈을 보내어, 예수를 상관 말라고 당부까지 한다. 그럴수록 유대교 지도자들은 유대 군중들을 선동하여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으라 소리쳤고, 마침내 그들의 요구가 이기게 된다. 본디오 빌라도는 매질을 해서 예수를 돌려보내려 했지만, 유대교 지도자들과 군중이 예수의 처형을 요구했고, 이로 인해 예수는 십자가형을 선고받게 된다. 

과연 누가 예수를 죽였을까? 

본디오 빌라도가 십자가형을 선고했기에 예수를 죽였을까? 아니면, 대제사장 가야바와 공회가 예수를 체포하고 빌라도에게 데려가 죽음을 요구했기 때문에 예수를 죽였을까? 아니면, 종려주일에 호산나라고 외치며 예수를 환영했지만, 사흘 뒤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요구한 유대 군중이 그 책임이 있을까? 예수의 공생애 초기부터 예수를 견제하고 죽일 방도를 찾던 바리새인과 서기관들에게 그 책임이 있을까? 스승 예수를 은 30냥에 팔아 배신한 유다에게는 그 책임이 없는 것일까? 어린 소녀 앞에서 예수를 모른다고 세 번이나 부인한 베드로는 전혀 책임이 없는 것일까?

그렇다면, 과연 우리에게는 전혀 책임이 없는 것일까? 대제사장과 산헤드린 공회가 예수를 체포하고 본디오 빌라도에게 데려왔고, 유대 군중이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소리쳐서 십자가형이 선고 되었지만, 예수께서 십자가에 달려 죽으신 이유는 빌라도 때문도, 대제사장 때문도, 공의회 때문도, 유대 군중 때문도 아니다. 

1. 예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신 후, “아버지 저들을 사하여 주옵소서. 자기들이 하는 것을 알지 못함이니이다(누가복음 23:34)”라고 이미 저들의 잘못을 용서하셨다. 

2. 또한 십자가 처형을 당하시기 전, 겟세마니 동산에서 예수께서 기도로 십자가형에 대해 준비하셨다. “내 아버지여 만일 할 만하시거든 이 잔을 내게서 지나가게 하옵소서 그러나 나의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마태복음 26:39).”

예수께서 이미 죽음을 알고 계셨고, 아버지의 뜻대로 받아들이기로 정하셨고, 십자가형에 이르게 한 모든 이들을 용서하기 결정하셨다. 예수께서는 십자가에 자신을 내어주신 것이기 때문에, 누구도 예수를 살해한 것이 아니며, 그 죽음에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내 목숨을 버리는 것은 그것을 내가 다시 얻기 위함이니 이로 말미암아 아버지께서 나를 사랑하시느니라. 이를 내게서 빼앗는 자가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버리노라(요한복음 10:7~8). 

예수는 자신의 생명을 기꺼이 내려놓으셨다. 로마 병사들을 물리칠 힘과 권능도 있었지만, 대제사장과 공회를 넘어뜨릴 지혜와 계획도 있었지만, 하나님의 크신 구속의 역사를 이루기 위해, 예수께서는 하나님의 뜻에 따라 죽임을 당한 것이다. 

오천의 목사는 한인/아시아인 리더 자료를 담당하고 있는 연합감리교회 정회원 목사이다. coh@umcom.org나 615) 742-5457로 연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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